지정훈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의사는 환자의 질환에 대하여 잘 알아야 잘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지식만 있어 오로지 질병만을 보고 환자의 전체 상태를 판단한다면 반쪽 치료가 되기 쉽다. 환자의 질환과 환자의 상태는 질병 자체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처한 사회 구조적인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질병만을 보더라도 환자의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환자로부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는가가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또한 여러 전문가와 의료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는 환자를 즉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직업인이다.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데 있어서 개인적인 비밀을 알게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질병이 있다는 자체가 환자로서는 비밀이기 때문에 이를 잘 지켜주는 것 역시 의사로서 중요한 책임이다.


의사는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데 있어서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 환자를 질병으로 보지 않고 한 인격체로 보고 다룰 수 있는 능력,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주위 여건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자세, 관계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협조를 얻어내는 능력과 의사로서의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과 자세는 의과대학에서부터 시작해 전공의 수련 과정 그리고 전문의가 된 후에도 지속적인 노력과 교육을 필요로 한다.


의사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시대에 따라서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에 따라서 다르다.


동양적인 전통적 사고에서 의사는 소의·중의·대의의 기본 개념을 따른다. 동양의 철학으로 정치뿐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에게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질병만 보고 고치는 의사는 소의이고, 질병에 영향을 주는 인격체로서 환자를 보고 치료와 예방을 하면 중의, 나아가서 질병에 영향을 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을 하면 대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과학적 사고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서 지식과 능력이 뛰어나야 함을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되면서 서양의 과학적 논리와 서양의학 기술이 의사들의 교육과 직업적 사고를 지배하게 됐다. 이러한 교육과 환자 진료 행태는 사회가 복잡해 지면서 점점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게 됐다.


과학적 논리에만 치중하고 의학 기술에만 치중하다 보니 환자를 인격체로 생각하는 인문 사회적 접근이 없어지고, 환자를 질병을 갖고 있는 유기체로만 보게 됐다. 환자의 전체를 보고 주위를 보는 시각이 없어지게 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이 해이해지고 사회적인 책무감에 소홀하게 됐다.


서양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교육 목표로 정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의사 수련 목표로 의학 전문인(medical expert)이 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대화자(communicator), 협력자(collaborator), 건강수호자(health advocate), 관리자(manager), 학자(scholar) 그리고 전문가(professional)의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과 덕목을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 교육한 뒤 평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도 단순히 높은 의학 지식을 갖는 전문의가 아닌 전문직업성 공통 역량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육에 반영하고 있다.


의사의 역할과 윤리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강령', 2001년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지침'이 나왔다. 캐나다와 미국과 같이 전문직업성 공통역량을 의사 수련과정 중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2008년 '전공의를 위한 졸업 후 교육 공통 교육과정 개발-RESPECT 100'을 연구보고하기도 했다.


어떠한 의사상이 바람직한가는 사회 구조와 사회 철학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는 'Global role of doctor'에 대한 과제를 진행, 전세계 6개 지역의 협의회와 합의를 이끌어 냈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직 많은 국가들이 이에 대해 미완성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대한의사협회 정책과제로 'The global role of the doctor in health care'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 철학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기존 진료관계의 역할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역량과 덕목이 필요하다.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교육과 연구에 대한 내용, 전문직업성 그리고 관리와 리더십에 대한 우리나라에 맞는 의사의 역할과 역량을 규정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사들의 바람직한 의사상 정립이 될 것이다.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직업윤리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의사의 직업윤리관이란 정체성과 책무성, 봉사정신, 자기관리 및 평생학습을 포함한 개념이다. 즉 좋은 의사는 자신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짐을 깨달아야 하고 이에 따른 책임감, 봉사정신, 지속적인 학습의지를 가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진료능력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는 의학 지식과 술기를 포함한 내용으로서 ‘의사로서의 실력’을 강조한 내용이다. 즉, 아무리 착하다 할지라도 실력이 없다면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대학들의 교육목표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를 통해 착한 의사가 곧 좋은 의사라는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나 의사소통 능력은 최근에 진료능력에 있어 핵심이 되는 역량으로 미디어 속 좋은 의사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세 번째로는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는 문제해결능력, 협동정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의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PBL 등의 여러 조별학습도 이러한 리더십 역량 증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병원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인들이 다 같이 의료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좋은 의사는 리더십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점이 현재 의과대학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좋은 의사의 자질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당연히 생명을 존중하고 실력이 뛰어나며 리더십을 갖춘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대에 들어 특히나 강조되고 있는 역량이 있다. 바로 의사소통 능력이다. 






역사적으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의사에 대한 역할이 다양화되고 변화하고 있다. 미래의 의사들은 지금과는 다른 더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지금의 역할의 일부는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세계 각국 석학들에 의해 의사의 역할과 임무에 관하여 연구되고 있다. 


1. <환자진료> 의사는 최상의 진료 역량을 갖춰야 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적절한 의학적 판단과 임상적 결정을 내려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


2.< 소통과 협력> 환자 진료의 모든 과정에서 환자-의사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최선의 진료 결과를 목표로 의료 영역 안팎에서 행해지는 팀 형태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3.< 사회적 책무성> 의사는 일반 대중 및 지역 사회의 건강 증진과 안녕을 위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자원의 편성과 배분에 책임 있는 자세로 참여함으로써 보건의료체계가 효과적으로 유지되는데 기여해야 한다.


4.< 전문직업성>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공익적 전문직업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며, 직무 윤리와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진료 규범을 유지해야 한다.


5.<교육과 연구>의사는 과학적 탐구심을 갖고 평생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동시에 교육자 및 연구자로서 최신 의학지견을 개발, 습득, 보급하고 이를 업무에 적용해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6.< 관리와 리더십> 의사는 급증하는 의료 정보와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인적 및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의료제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의사는 다양한 전문직종으로 구성된 의료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지역, 국가에서 건강 및 보건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자신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근거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가)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발표물에는 전문직업성, 리더십, 소통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주제들을 채택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제시했다. 미래의 발전적 의사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전문가 스스로 개발하고 제안한 이번 발표물은 보건의료계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용기를 주었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업그레이드된 최종 결과물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신뢰받는 의사,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의사들에게 좋은 행동지침이 되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6분의 노고와 정열에 찬사를 보낸다


‘치과의사 윤리 회복’이 치과계 주요 이슈로 연일 대두되는 요즈음, 의료인의 윤리성 제고에 대한 깊어지는 고민은 비단 치과계에서뿐만이 아니다.


의료계에서도 의사의 윤리성·덕성 강화를 위한 연구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의학교육에서 덕윤리적 전문직업성 적용과 그 함의(저 김정아 외 2인)’ 논문에서는 의사 윤리교육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율규제 능력을 갖추는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논문에서는 윤리와 관련해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크게 ‘정의·용기·정직’ 세 가지로 나누고, 각 항목에 조응하는 구체적 실행목표를 두고 있다.


‘정의’ 영역에서 의사가 갖춰야 할 능력으로는 사회로부터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한 자율규제/자기관리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전문직들의 다양한 역할을 존중하고 상호 전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환자의 권리를 설명할 수 있다 장애인과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로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등을 설정하고 있다.


이 중 자율규제와 자기관리와 관련해서는 의료인이 의료의 독점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사회에 마땅히 주어야 하는 의료전문직 공동체의 의무라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자율성의 남용, ‘끼리끼리 봐주기와 같은 결탁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용기’ 영역에서는 전문직업성에 위배되는 동료의사의 행위를 감싸지 않고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 전문직 단체의 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사회나 의료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등을 구체적 실행력으로 설정하고 있다.


문제행위를 하는 동료에 대한 단호함, 직역단체 중앙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정직’ 영역에서는 전문직으로서 갖춰야 할 정직성과 진실성 업무현장에서 직면한 문제와 자기역량을 비교 평가해 자신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등을 실행목표로 뒀다.


환자에게 진단결과나 치료과정, 혹은 예후를 설명하는데 있어 진실성과 이를 바탕으로 환자권리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부분을 우선시 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목표를 설정한 연구자는 “교실에서 의료윤리와 관련한 교육을 할 때 주요 덕목에 대한 실행목표를 명시화 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설정해 그 속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다뤄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단순히 의료인의 품성을 기른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문제 상황에서 구체적 행동지침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사가 갖추어야 할 3대 요소는 의학 지식(Medical knowledge)과 술기(Medical Technique) 그리고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이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질병에 관한 정확한 의과학적 지식과 술기를 익히고 있어야 하고,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직업윤리의 기초로 한 전문적인 판단과 태도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460년 60여 편의 글로 이루어진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실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살펴보면 이러한 내용을 잘 담고 있다. 특히 프로페셔널리즘의 효시라고 할 만큼 직업윤리의 내용을 잘 포함하고 있다. 2500여년이 지난 지금, 내용은 의학의 발달과 시대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개정되었지만 그 기본적인 정신은 지금도 의사들이 지켜야 할 전문직 윤리와 마음자세를 규정하고 있다.

 의과학(Medical science)의 발달로 인해 의사가 할 수 있는 의술의 범위가 늘어났어도, 환자의 생명을 존중히 여기고 건강을 지키는 의사의 역할은 고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의사로서 아픈 환자가 고통 중에 신음하는 것을 볼 때 마음 아프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진다. 수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의사로서 환자에게 무엇을 도와주는 것 이전에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의료윤리의 4원칙(자율성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중 악행금지(Do not harm)의 원칙은 남을 돕고자하는 행위의 기초가 된다. 

 히포크라테스선서에서 “나는 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결석 환자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맡기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 2500년 전 그리스 히포크라테스시대 의사들은 외과적 술기의 미진함을 알고 자신은 환자에게 칼을 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오히려 외과적 기술을 가진 동료에게 맡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환자를 돕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또한 선서 내용 중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를 돕기 위해 섭생법을 처방할 것이며 환자들을 위해(危害)나 비행(非行)으로부터 보호하겠습니다.” 문구 역시 악행금지 원칙의 내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의사의 비윤리적인 이해상충의 문제나 본인의 미숙한 술기, 미진한 지식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해(危害)나 비행(非行)을 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환자에 대한 의학지식이 부족하고 치료능력이 부족한데도 돈을 벌고 싶어 환자를 유인하거나 엉터리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를 위하는 의사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의사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도와주려는 선의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선의는 위험하다.

 아스베리우스 프리취는 `죄를 범하는 의사(The Sinning Doctor)'에서 의사의 도덕적 죄악 중에서 가장 중한 것이 “의술에 완전한 능력을 지니지 못 한 채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환자를 위하여 “의사들은 독서 수준을 넘어서는 치료 능력을 갖추어야한다”며 “더듬거리는 박애주의자보다는 능력있는 악당에게 수술을 맡기겠다”고 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최근 한방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한의사들의 뜻은 가상하고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진정 환자를 위하는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정리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자동차 면허를 가진 사람이 비행기를 몰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비행기를 몰고 싶으면 항공대학에 가서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항공사 면허증을 따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항공대학에 가서 항공면허를 딸 수 있도록 길이 열려있다. 사회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떼를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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